[특별기고] 성시연의 브루크너 7번 > 자료실

본문 바로가기

자료실 공지

[언론기사] [특별기고] 성시연의 브루크너 7번

클라라하우스
2017-06-13 01:22 173 0

본문

경기일보 6월 13일자

 

[특별기고] 성시연의 브루크너 7번

발행일 2017년 06월 13일 화요일     제22면 

 

http://www.kyeonggi.com/?mod=news&act=articleView&idxno=1362937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악적인 완성도는 높았으되 기술적인 세밀함은 부족했다. 그건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한계이자 국내 교향악단의 고질적인 병폐이기도 했다. 

 

적어도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는 악장 3명은 기본이고, 특히 관악기 가운데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호른의 경우 2명 이상의 수석 단원을 보유한다. 더구나 그 대상이 브루크너의 교향곡이라면 호른에 대한 의존도는 극대화된다. 오죽하면 브루크너가 호른만으로 만족 못하고 바그너튜바 4대를 추가했을까.

그러나 경기필에서 바그너튜바는 정단원이 아닌 객원단원을 쓸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그건 국내 다른 악단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터. 결국 치밀한 앙상블로 이어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6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창단 20주년을 맞아 경기필이 야심차게 준비한 ‘앱솔루트 시리즈’ 2번째 순서로 ‘성시연의 브루크너 7번’ 콘서트가 열렸다. 경기필은 성시연 체제 하에서 이제 국내 정상급으로 도약해, 현재 애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로 등극했다. 콘서트홀 로비는 그만큼 청중으로 북적였다.

전반부, 브람스의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약진하고 있는 경기필의 현주소를 보여주며 상큼하고 조탁된 사운드로 객석의 갈채를 이끌어냈다. 이윽고 후반부 브루크너 교향곡 7번, 음반과 실연에서 접하기 힘든 ‘노바크 판’ 악보를 채택한 성시연 덕분에 트라이앵글과 심벌즈 주자까지 가세해 무대는 꽉 찼다.

5월 20일, 세계 3대 콘서트 전용홀로 꼽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에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한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의 브루크너 7번을 접한 터라 여러모로 비교가 되었다.

에센바흐가 호른과 바그너튜바를 왼쪽으로 배치했다면 성시연은 오른쪽으로 치우치게 했다. 공연장의 음향특성을 감안했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오디오적인 쾌감은 에센바흐가, 음악적인 면은 성시연이 더 좋았다.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은 열심히 했고, 경기필은 사력을 다해서 했다. 당연히 경기필의 브루크너는 소름이 돋을 만큼 치열했다.

1악장 도입부, 바이올린의 트레몰로를 타고 호른과 첼로가 아스라한 주제를 노래했다. ‘백마 탄 기사가 새벽안개를 헤치고 성문을 나서는’ 작곡가의 의도를 그대로 구현했다. 점차적인 음량 증가로 모든 악기가 한바탕 전합주(全合奏)로 굉음을 내는 부분은 경기필의 담금질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게 했다. 목관악기로 지저귀는 2주제는 브루크너의 고향 린츠 근교의 작은 마을 안스펠덴의 대자연이 반주됐다. 이러한 목관의 지저귐은 나머지 악장에서도 충실히 구현됐다.

역시 금관이 한계였다. 제시부 후반부, 호른을 필두로 금관의 ‘3화음 합창’에서 밸런스가 무너지고 어긋났다.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은 호른 수석만 3명이라고 했다. 홀로 모든 연주회를 감당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 낳은 예고된 사고이기도 했다. 4악장 전개부, 플루트를 필두로 오보에, 클라리넷에서 바그너튜바로 이어지는 천국적인 가락 또한 매끄럽지 못했다.

2악장 ‘브루크너 아다지오’의 장엄한 선율은 공연의 백미였다. 템포는 끝까지 흔들림 없이 지켜졌으며 현악기는 물결치듯 일렁였다. 2주제의 고즈넉함은 꿈결처럼 아름다웠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클라이맥스에서 단 한 번 타격하는 심벌즈와 트라이앵글은 광채를 더했다.

성시연과 경기필은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사실 브루크너와 말러는 기교적인 부분만 해결되면 연주 자체는 일사천리다. 오히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악기 수는 적지만 음악적으로 훨씬 어렵다. 경기필이 서울시향이나 KBS 교향악단만큼의 예산이 확보된다면 향후 더한 발전이 있으리라. 경기필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클라라하우스 대표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