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감상회 일정] 제23회 LP감상회 - 클라라 하스킬과 함께하는 봄
본문
<제23회 클라라하우스 LP감상회>
클라라 하스킬과 함께하는 봄
* 일시: 3월 30일(토) 오후 3시
* 해설: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
3월은 봄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봄은 우리에게 기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바로 미세먼지 때문입니다.
하지만 음악은 미세먼지와 상관없습니다.
음악은 봄이 오면 언제든지 봄과 관계된 아름다운 음률이 우리 곁을 찾아왔습니다.
봄을 맞은 23회 LP감상회는 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음악으로 선곡했습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으로 문을 열고
모차르트의 음악 가운데 가장 밝은 바이올린 소나타 K.301 로 문을 닫습니다.
이 두 곡은 각각 G장조, F장조입니다.
바로 독일 전원의 목동들이 노래하던 목가의 조성입니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에서 비롯된 이 앙증맞기 그지없는 조성은
우리의 마음을 한없이 가라앉혀줄 것입니다.
그 연주는 바로 클라라 하스킬과 아르투르 그뤼미오이어야 합니다.
클라라하우스와 이름이 같은 클라라 하스킬!
이 불세출의 여성 피아니스트의 삶의 질곡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나,
하스킬이 들려주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천국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습니다.
실로 그뤼미오와 하스킬이 들려주는 바이올린 소나타 외에는,
그 어떤 연주도 이토록 감동을 주지는 못할 겁니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그 유명한 로스트로포비치와 벤자민 브리튼의 연주로 선보입니다.
물론 초반으로 감상합니다.
왜 절대명반으로 꼽히는지 이유를 알게 해 줍니다.
김두수 ‘나비’와 패티김 ‘이별’의 가요 조합은 아스라합니다.
이들은 가수 이전에 거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에릭 클랩튼, 크리스 드 버그, CCR의 명곡들
위대한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엘라 피츠제럴드의 ‘Misty’
달리다와 알랭 들롱이 함께 부르는 ‘파롤레 파롤레’
3월 LP감상회에서 아날로그의 감동을 다시 누려보시기를 바랍니다.
클라라하우스 올림
* 선곡표 *
<클래식>
1.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F장조 Op.24 '봄'
2악장 Adagio molto espressivo
(아르투르 그뤼미오, 바이올린/ 클라라 하스킬, 피아노/ 1960년대 필립스 초반)
2.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18번 G장조 K.301
1악장 Allegro con Spirito
2악장 Allegro
(아르투르 그뤼미오, 바이올린/ 클라라 하스킬, 피아노/ 1959년 필립스 초반)
3. 슈베르트 Arpeggione Sonata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D.821
1악장 Allegro Moderato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Mstislav Rostropovich, 첼로/ 벤저민 브리튼 Benjamin Britten, 피아노/ 1970년 데카 초반)
4. 도니제티 '안나 볼레나' 2막 '울고 있나요? - 그리운 고향의 성으로 데려다 주오 Piangete Voi? - Al Dolce Guidami Castel Natio'
(마리아 칼라스, 소프라노/ 1959년 콜롬비아 모노 초반)
<가요>
1. ‘나비’ (김두수 4집/ 2002년 LP음반)
2. ‘이별’ (패티김/ 1973년 발매)
<팝, 재즈, 샹송>
1. 프로콜 하럼 Procol Harum ‘A Whiter Shade Of Pale’
(1967.5.12 데뷔싱글)
<‘A Whiter Shade Of Pale’과 연관 있는 클래식 및 팝 음악>
2. 에릭 클랩튼 ‘Wonderful Tonight’
(1977년 초반)
3. 크리스 드 버그 ‘Borderline’
(1982년 LP음반)
4. 달리다 & 알랭 드롱 Dalida & Alain Delon ‘Paroles, Paroles’
(1973년 초반)
5. (CCR) Creedence Clearwater Revival (1967~1972) 'Have You Ever Seen The Rain?'
(2009년 데뷔 40주년 기념 7인치 싱글LP)
6 엘라 피츠제럴드 ‘Misty’
(1959년 스테레오 초반)
클라라 하스킬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5번 G장조 K.301
20세기 모차르트를 가장 잘 모차르트답게 연주한 연주자는 누구일까? 개인적으로 그는 위대한 지휘자도 아니고, 바이올리니스트도 아닌 바로 피아니스트이다. 그것도 여류 피아니스트. 1895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그녀는 1905년 10세에 이미 명문 파리 음악원으로 유학해 거장 알프레도 코르토를 사사했다. 15세에 나간 콩쿠르에서 그녀는 알베니즈, 에네스코, 퍼레 등 당대 세계를 주름잡던 작곡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만장일치로 1등상을 받았다. 하지만 평생을 옭아맬 병마는 그녀에게 척추이상이라는 판정을 내렸고 무대를 떠났다가 1921년에야 다시 복귀할 수 있었다.
2차 대전 발발 전까지 그녀는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였다. 그러나 전쟁은 유태계였던 그녀를 황폐하게 했다. 1942년 나치 치하의 프랑스에서 강제로 쫓겨났고 스위스로 망명했다. 시신경의 종양, 척추장애는 그녀를 계속해서 괴롭혔지만 1960년 브뤼셀의 한 기차역 계단에서 넘어져 허무하게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음악 하나에만 매진했으니 그 이름이 바로 클라라 하스킬이다.
하스킬의 모차르트는 아직껏 성악계의 마리아 칼라스와 같이 고고하다. 그녀의 삶에 가장 잘 부합하는 작곡가는 바흐도 베토벤도 아닌 모차르트였다. ‘리스트 따위’는 하스킬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모차르트와 같은 동심을 가진 그녀에게는 과시용음악은 어울리지 않았다. 특히 한참 나이가 어렸던 아르투르 그뤼미오와 함께 삶의 마지막에 이르러 녹음한 바이올린 소나타는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히고 있다. 1958년 바젤에서 녹음한 일련의 소나타 가운데 G장조, K.301은 2악장의 단출한 곡이지만 그녀의 선한 심성이 그대로 녹아 있는 명연이다.
모차르트가 1778년 2월 만하임에서 완성한 이 곡은 적어도 1악장은 플루트를 위해 작곡되었다고 알려져 왔다. 왜냐하면 그 때 모차르트는 열렬한 플루트 애호가인 인도계 네덜란드인 드 장(De Jean)에게 위촉받은 여러 곡의 플루트 작품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이올린의 고음역은 낭랑하기 그지없다. 론도 형식의 2악장은 수수한 g단조의 에피소드가 역시 바이올린이 연주해야 제 맛을 느끼게 할 정도로 나긋나긋하면서도 흥겹다.
클라라 하스킬과 같이 순진무구한 자만이 이 소나타를 연주할 자격이 부여된다. 시기와 질투, 남을 헐뜯는 세속에 매몰된 연주자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만 들랴올 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모차르트와 하스킬은 어린이의 영혼을 무덤까지 간직했으므로.
(연주시간 약 11분/ 그뤼미오, 하스킬 연주에 의함)
글/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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